대통령·기업인 ‘보온병 산책’ 막후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1/18 [10:45]

대통령·기업인 ‘보온병 산책’ 막후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1/18 [10:45]

▲ 문재인 대통령과 일부 기업인들은 1월15일 영빈관에서부터 본관-불로문-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경내 산책을 함께했다. <사진=청와대>     

 

이재용 “우리 공장과 연구소 와달라”

대통령 “얼마든지, 언제든지 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15일 대기업·중견기업인 청와대 초청 간담회 후 일부 기업인들과 영빈관에서부터 본관-불로문-소정원을 거쳐 녹지원까지 25분가량 경내 산책을 함께했다. 

 

동반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4대 기업(삼성·현대차·SK·LG) 총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신영 회장) 등이었고. 일행은 모두 커피가 든 보온병(텀블러)을 들고 산책에 나섰다. 

 

산책에 동행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것을 의식한 듯 “삼성과 LG에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던데”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부를 더해서 말씀드리겠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면서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요?“라고 답변의 바통을 구광모 LG 회장에게 넘겼다. 

 

그러자 구 회장은 “그렇다”고 받으며 “우리도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미세먼지연구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통령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라고 묻자 문 대통령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바라보며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는데,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과는 반도체 경기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세 사람의 대화는 가장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먼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달라”라고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간다.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자 곁에 있던 최태원 SK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 하는 게 제일 무섭다”며 농담을 건넸다. 그러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는 농담으로 받았다.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면 된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또다시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떤가”라며 질문을 던지자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면서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에게는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서 회장은 “세계 바이오 시장 규모가 1500조 원이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원 정도밖에 못한다.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백 조원은 가져올 수 있다”며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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