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출신 산업분석가가 분석한 '이재용 시대'

이건희 회장 이후 ‘이재용의 삼성제국’ 잘 굴러갈 수 있을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5/10/20 [14:36]

삼성맨 출신 산업분석가가 분석한 '이재용 시대'

이건희 회장 이후 ‘이재용의 삼성제국’ 잘 굴러갈 수 있을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5/10/20 [14:36]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삼성의 사업구조 불균형 심각
스마트폰 사업 퇴조하면서 삼성전기 자동차 부품 사업 재진출 목소리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 삼총사 총체적 자동차 관련 사업 재부상

▲ 삼성가 승계의 돌발 변수 중 가장 힘든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건희 회장의 장기 생존이다. 즉 이 회장이 장기간 식물인간 상태로 생존해 법률적으로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다.     © 러브삼성


삼성전자는 2014년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3년보다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기업들 중 영업이익이 최고인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여전히 선두주자인 애플 다음으로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비록 중국에서는 저가 현지업체인 샤오미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었다고 하지만 생산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덤핑 판매를 하고 있는 샤오미와는 영업이익을 비교할 처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삼성전자는 아직도 굳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몰락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의 위기는 살얼음판 같은 스마트폰 시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라는 변수와 맞물리면서 확대됐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은 사망에 준하는 상황으로 공식화된 분위기다. 삼성은 이제 경영권 승계의 수순을 밟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 과정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삼성자동차, 삼성중공업 등에서 산업분석가로 일했던 삼성맨 출신 칼럼니스트 심정택씨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삼성가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 <삼성의 몰락>(알에이치코리아)이란 책을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과연 삼성전자는 이대로 몰락하게 되는 것일까.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21세기에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희망이기도 하고 때론 절망이기도 하다. 삼성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단순한 민간 기업이 아니다. 그 위상과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삼성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살얼음판 같은 스마트폰 시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위기가 이건희 회장 ‘공백’이라는 변수와 맞물리면서 확대됐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은 사망에 준하는 상황으로 공식화된 분위기다. 삼성은 이제 경영권 승계의 수순을 밟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사회적 합의 과정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는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앞으로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 후 불안정이 지속되는 요인이 되어 그룹 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이 퇴조하면서 부품 선행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삼성전기 내에서는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의 재진출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신설된 신사업 추진팀이 이를 맡는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사업군 내에서도 규모나 사업 연관성 측면에서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사업으로 전기차 사업에 대한 모색이 시도되고 있다. 


전기차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쪽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제일모직 상장과 관련해 보유지분 8% 가운데 절반인 4%(500만 주)를 처분한다. 노상수 삼성SDI 재무팀장(상무)은 2014년 10월30일에 열린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앞으로 에너지 부문과 전기차 부문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며 배터리 중심의 전기차 부품 사업 확대 의사를 비쳤다. 물론 전기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게는 주류 사업이 아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삼성의 자동차 사업 재진입으로 보는 것은 아직은 무리가 있다.


어쨌든 기존 삼성전자 3인방의 전자기술 역량을 구현할 총체적인 완성체로 자동차 관련 사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신수종 사업의 방향은 그룹 미래전략실과 삼성종합연구소의 의사결정에 달려 있다. 삼성 스마트폰 사업 확장의 일등 공신이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한 구글이 이미 ‘구글카’ 사업에 착수한 것도 삼성에 던지는 중요한 시사점이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의 ‘포스트 이건희 시대’는 순조롭게 열릴 것인가? 기대와 우려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 해외 언론은 여전히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의 몰락>은 삼성자동차, 삼성중공업 등에서 산업분석가로 일했던 삼성맨 출신 칼럼니스트 심정택씨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삼성가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삼성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삼성제국 미래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
2014년 여름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논쟁, 스마트폰 이후 차세대 주력 사업의 부재와 중국 기업들의 저가폰 공세로 인한 경영실적 악화 등 최근 불거져 나오는 삼성 위기론의 실상을 파헤친다.


이외에 3세 경영권 승계가 유력시되는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경영 스타일 비교,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에 나선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 삼성 특유의 조직 문화와 장단점까지 세세하게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2013년 전체 법인세 세수(稅收)의 16%를 홀로 감당했을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삼성의 실적이 나빠지면 국가 경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8조원 안팎의 세수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 것은 삼성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의 실적 부진과 직접 관련이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는 게 한국 경제에도 절박한 과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재용 3대 체제로의 순항과 신수종 사업 발굴이라는 시험대 위에 올라서 있는 삼성은 악화된 경영 실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규모있게, 멋지게, 폼나게’의 삼성 스타일과 ‘흩뿌리기 경영 방식’의 삼성웨이는 앞으로도 먹혀들 것인가? 


심정택씨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삼성그룹의 최고위층부터 말단사원까지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인터뷰와 탐사 취재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서부터 조직문화, 경영전략, 업무 방식 그리고 성공 비결과 문제점까지 세세히 밝힘으로써 삼성의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교훈을 제시한다. 

 

이건희 사망할 경우 홍라희 관장이 의외로 그룹 전체경영 관여할 수도
이재용 경영권 승계되더라도 어머니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을 듯
이건희 유고 이후 미래전략실장, 이재용 부회장도 그 역할 제대로 못해

▲ 이건희 회장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 몫의 상속분 때문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의외로 그룹 전체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 러브삼성


“삼성전자는 2014년 11월17일 미국 뉴욕에서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스마트폰 모델 수를 3분의 1에서 4분의 1가량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생산원가를 낮춰 샤오미 등 중저가 중심 업체들과 맞붙음으로써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날 이명진 전무는 ‘(샤오미가) 어디서 수익을 창출하는지 모르겠다’며 ‘(샤오미가) 인터넷으로 팔기 때문에 (비용을 낮춰) 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에서 똑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그랬듯이 스마트폰 시장은 불과 6개월이면 승자가 바뀐다. 물론 샤오미는 삼성처럼 스마트폰 이전의 피처폰 판매를 하면서 쌓아온 월드와이드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나 오프라인 중심의 판매 네트워크와 달리 온라인 중심의 판매 시스템은 공급 공장, 물류 창고 확보, 콜센터 구축 및 택배회사와의 제휴가 핵심이다. 샤오미는 중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중국보다 교통, 물류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세계시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 확산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 삼성이 샤오미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한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심정택씨가 풀어내는 통찰과 진단은 삼성 위기론에 대한 일반적인 진단이나 평가와 다르다. 특히 20여 년간 산업분석가로 일하면서 주시해온 국내외 경영 환경의 변화 동향에 관한 심씨의 시각은 삼성그룹에서 7년간 일하면서 겪어낸 경험, 삼성그룹을 그만둔 뒤 홍보대행사와 재벌가 대기업 대상 화랑을 운영하면서 관련자들에게 전해들은 비화들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전달된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국민적 화두가 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재산 상속을 다룬 최초의 책이라는 점도 강조할 만하다.


“이건희 회장의 승계 과정도 아주 매끄러웠던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2세로의 승계는 사실상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생존 기간 중에 이루어져 큰 문제가 없었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다른 자녀들의 재산 상속 역시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에 대강 구도가 잡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이재용과 이부진, 이서현 남매들 간의 우의 역시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돌발 변수는 전혀 배제하지 못한다. 여러 가지 돌발 변수 중 가장 힘든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건희 회장의 장기 생존이다. 즉 이 회장이 장기간 식물인간 상태로 생존해 법률적으로 상속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다. 이 경우에는 사망에 따른 상속이 이행되지 않기 때문에 부인과 자녀들의 상속에 따른 세금이 과세되지 않는다. 삼성그룹의 분할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부친의 사망 확정 후 상속세를 내야 한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들을 제외하고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노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학수 전 부회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상장 후 약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삼성SDS 주식을 처분하고 본인 소유의 빌딩들을 매각하여 삼성전자 주식을 인수하려 든다면? 재무팀 라인의 김인주·최도석 등도 수천억원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심정택씨는 먼저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이나 형제 간의 그룹 분할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본다. 과거 신세계와 CJ그룹의 분가는 성공적이었으나 새한이나 한솔그룹처럼 실패했거나 경영난에 부딪힐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은 삼성그룹에서 분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부진의 호텔신라 역시 당장 그룹 분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 이 회장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 몫의 상속분 때문에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의외로 그룹 전체의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말한다. 개정 상속법안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재산의 66%가량이 배우자 홍라희 관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로 경영권이 승계되더라도 홍라희 관장의 몫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어머니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의미다.


삼성가의 재산 상속과 예민하게 맞물려 있는 경영권 승계는 법적·제도적·사회적 규범의 영향을 받지만, 재산 상속이라는 지렛대의 유리한 지점을 쥐고 있는 홍라희 관장이 경영권 승계의 전 과정에서 이재용을 밀고 있고, 이건희 회장이 독립적인 경영자로 육성하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의 경쟁에서 일단 밀려난 듯 보인다. 또한 홍라희 관장에게 영향력이 제일 큰 세력, 즉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등의 형제들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들 홍씨 일가는 표면적으로는 일절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이 밖에 삼성가의 상속자는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노릴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학수 전 부회장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심정택씨는 “이학수씨가 상장 후 약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삼성SDS 주식을 처분하고 자신 소유의 재산을 모두 처분한 뒤 삼성전자 주식을 인수하려 든다면?”이라고 질문을 던진다. 재무팀 라인의 김인주·최도석 등도 수천억원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이학수씨와의 연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전·현직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경영권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많지 않다. 설사 반란을 일으킨다 해도 한국 사회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씨는 그룹의 사업구조 분할과 관련해 이학수의 자금 동원력이 충분히 협상의 툴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포기는 정권의 압력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잘못 기획된 사업 경쟁력 저하가 자동차 사업의 포기로 이어졌다. 당시 비서실 기획팀을 중심으로 삼성그룹 내 자동차 사업 추진파들은 소신이 없었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이건희 회장은 본격적인 자동차 사업 확대를 앞두고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고인이 된 비서실 지승림 기획팀장(부사장)은 삼성자동차와 삼성전자의 합병을 주장했다.


세계 거대기업 몰락이 주는 교훈 
그러나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은 삼성전자 해외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삼성자동차와 삼성전자 합병 시 주식을 팔겠다는 전문을 이 회장에게 보여주면서 자동차 사업 포기를 종용했다. 또한 비서실과 그룹 내 원로 경영진 그리고 삼성 패밀리들을 설득해 이건희를 압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회장의 ‘책임 회피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회장은 자동차 사업 참여를 원하지 않았으나 그룹 내 전문경영인들의 그릇된 판단 때문에 시작되었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다녔다. 이학수 비서실장은 이 일로 그룹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삼성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면서 그룹 역량을 전자 사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오늘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삼성가의 재산 상속과 경영권 상속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심정택씨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 선택과 경영 실적 악화는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 상속과 경영권 승계, 그룹 분할보다 시급한 현안이라고 말한다. 삼성 제국도 잘못하면 몰락할 수 있다는 충고다.


심씨는 책 도입부에서 미국의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 메리앤 켈러(Maryann Keller)가 1989년에 출간한 <GM 제국의 붕괴(Rude Awakening)>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가 몰락한 원인들을 소개한다.


이재용 대외 이미지 메이킹 치중…스마트폰 시장 방어할 장수는 어디에?
어색한 사진찍기 그만두고 기업의 총수=장사꾼이라는 본래 영역 돌아와야

▲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홍보 행태는 삼성 후계자 포지셔닝이라는 홍보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은 하루라도 빨리 기업의 총수=장사꾼이라는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 러브삼성


그리고 1980년대의 GM이 안고 있던 문제들, 즉 책임지지 않는 관료주의, 유리감옥에 갇혀 현장을 도외시한 CEO, 현장 책임자가 아닌 재무부서 출신이 출세하는 인사·경영 시스템, 경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지나친 인센티브 차이, 조직 내 의사소통 단절 등의 문제들이 놀랍게도 현재의 삼성에 고스란히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심씨는 “GM은 곧 국가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은 것이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던 당시처럼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회자되는 “삼성에 좋은 것은 한국에 좋은 것이다!”라는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한때 영원할 것처럼 보이던 미국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워크맨 신화의 주인공인 소니의 몰락을 예로 들면서 경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업은 언제든 몰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심씨가 꼽은 이러한 사례들은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의 샤오미, 인도 마이크로맥스 등 초저가 스마트폰 전략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의 현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홍보 행태는 삼성 후계자 포지셔닝이라는 홍보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없다. 벤처에서 성공한 미국 IT업계 신동들과 어울린다는 이미지 메이킹, 중국과 베트남 국가 지도자와의 어색한 사진찍기 등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기업의 총수=장사꾼이라는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은 장사꾼의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사회의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홍보 행태는 거저 얻어 탄, 무임승차자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삼성의 부활은 과연 가능한가? 
샤오미의 핵심 성공 요인 중 하나로 CEO인 레이쥔이 정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와 심한 빈부격차로 희망을 잃어버린 중국의 20∼30세대인 스마트폰 주요 고객층들을 대상으로 그들과 같은 입장에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소통했다는 분석이 있다.


 향후 삼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기업 본래적인 것보다는 사회 정서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삼성의 부회장이나 회장 자리가 거저 얻은 것이 아니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며 고생해서 얻은 것이라는 사회적 논리, 과정, 인식이 있어야 한다. 논리와 과정이 시원찮은데 이미지 메이킹마저 잘못되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위기에 부딪혀 혼란의 도가니로 빠질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보다 적은 지분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 이 회장 시절의 북경 발언, 안기부 엑스파일, 내부 직원의 정·관계 로비와 비자금 폭로사건 같은 수준의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지금과 같은 이미지 포지셔닝으로는 한국 사회의 저항을 견뎌내지 못한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스마트폰은 7년 만에 400조원의 시장으로 급팽창했다. 스마트폰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보급된 디바이스’라는 평가를 받는다. 


심씨는 삼성이 애플보다 뒤늦게 사업에 진출했음에도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조직 집중력 때문이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3세 경영 체제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애플과의 격차는 여전하고, 샤오미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이 맹추격을 해오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샌드위치 상태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전자 산업이 전자강국 일본을 제친 것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상황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대규모의 과감한 선제적 기술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삼성을 세계 1위 자리에 앉힌 스마트폰 시장이 저가 제품에 밀려 성장 한계에 부딪혀 있는 상황임을 분명하게 인지시킨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어떤 노력들을 통해 세계 스마트폰 강자로 등극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위기 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해온 삼성의 저력을 강조한다. 1990년대 초기 품질 문제로 판매 확대에 치명적인 장애 요인을 안고 있었던 삼성이 국내 시장점유율 90%인 모토롤라의 강력한 아이덴티티에 대응하고자 브랜드 도입에 나선 후 애니콜 신화를 만들어내고 1995년 중반 이후 국내 시장점유율 50%를 뛰어넘으면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는 과정은 눈물겨울 정도다. 


그러나 심정택씨는 그동안 구축해놓은 삼성의 물적·인적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능력을 발휘해 갤럭시의 성공을 이끌었음에도 애플이 폭스콘을 통해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제조를 맡기는 것을 도외시하고, 샤오미의 주문자상표부착(OEM) 생산 방식을 우습게 보는 태도 때문에 오늘날의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다. 대형 TV조차 이미 전자상거래를 통해 팔리고 있다는 사실에 둔감한 삼성이 대부분의 제품을 가전매장을 통해 팔다 보니 이러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삼성은 저가폰 돌풍을 일으킨 샤오미를 선두로 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받아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태가 되었다.


심정택씨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갤럭시라는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살려놓고, 세컨드 브랜드를 만들어 샤오미보다 더한 저가 전략과 짠돌이 전략으로 제품을 팔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재용 체제로 넘어가는 현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는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 후 불안정이 지속되는 요인이 되어 그룹 체제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씨는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기 내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의 재진출에 대한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애플과 구글은 이미 자신들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자동차에 접목시키려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며, 오늘날의 자동차의 혁신은 대부분 IT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아우디의 루퍼트 슈타들러(Rupert Stadler) 회장의 말에도 방점을 찍는다. 테슬라 역시 전기차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를 끝내고 있으며 첨단 제조 기법을 도입해 제조업을 바꿔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심씨는 마지막으로 삼성은 현재 피할 수 없는 전장 앞에 서 있으며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인데, 과연 삼성이 이 싸움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위상과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그 해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현실에서 삼성전자만큼 전문경영인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기업은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자유방임형 경영을 하는 것 같지만 이들 사업을 확실하게 중앙집권적으로 통제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건희가 있었다. 경영권 승계 과정 중에는 이러한 컨트롤타워의 기능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유고 이후 미래전략실장이든 이재용 부회장이든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 후계자 이재용은 대외 이미지 메이킹에만 치중했고, 중국을 중심으로 무너져가는 스마트폰 시장을 방어한 장수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지위에는 그에 걸맞은 역할과 미션이 주어진다. 기업의 흥망성쇠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면서 IT 업계의 판도는 롤러코스터처럼 순식간에 변하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를 한 번 놓치면 뒤집기가 쉽지 않다. 이젠 IT 기업이 기술 혁신과 제품 선도에 힘을 쏟고 소비자의 니즈를 연구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자 집단 심리와 이들 소비자를 상대로 한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cielkh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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