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중저가 스마트폰 물량공세 선언한 까닭

‘대륙폰’의 맹추격…“저가로 동남아 신흥시장 뚫는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09/10 [17:03]

삼성전자 갤럭시, 중저가 스마트폰 물량공세 선언한 까닭

‘대륙폰’의 맹추격…“저가로 동남아 신흥시장 뚫는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09/10 [17:03]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변화를 선언했다. 기존 값비싼 ‘프리미엄’을 생산해온 전략을 다소 수정해, 중저가형 스마트폰 물량공세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중저가형 스마트폰에도 삼성이 자랑하는 고성능의 하드웨어로 무장시키겠다는 복안도 함께 발표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샤오미 등이 중저가폰 판매로 신흥국을 공략하면서, 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치고 삼성 턱밑까지 쫒아온 데에 대한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과연 삼성전자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 3분기 10%대 하락…턱밑 ‘화웨이’ 맹추격
고동진, 美 CNBC 인터뷰서 갤럭시A 최신 기술 도입 의사 밝혀
갤럭시A 후면 4개 카메라 적용 가능성…연내 출시 가능성 있어
‘폴더블 폰’ 개발 마무리 단계…올해 내 공개될 가능성 높아지나

 

▲ 모델들이 삼성 갤럭시A8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생산량 1위를 유지하겠지만, 점유율은 1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분기 미국 애플을 제친 중국 화웨이(華爲)는 3분기에 점유율 2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예상됐다.

 

맹추격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지난 8월29일 배포한 보고서에서 3분기 스마트폰 생산량이 성수기 중 연휴 판매 덕분에 3억7300만대로 전 분기(3억5200만대)보다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스마트폰 생산량이 7000만대에 달하며 시장 점유율 1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7440만대를 생산한 2분기 점유율 21.1%보다 2.1%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2위인 화웨이와 시장 점유율 격차가 1분기 9.1%포인트에서 2분기 8.5%포인트로 줄어든 데 이어 3분기 6.5%포인트까지 좁혀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9 시리즈가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조기에 출시됐지만, 시리즈의 전체적인 사양이 이전 세대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많은 수요를 촉발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저가 시장과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모든 부분의 개발을 완료했기에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 내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현지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 탓에 2% 내외로 감소한 점도 삼성전자가 직면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2분기 연속 애플을 웃돌며 2위 자리를 굳힐 것으로 트렌드포스가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4435만대를 생산한 화웨이가 3분기에 주력 모델 판매에 힘입어 생산량을 전분기 대비 5%, 작년 동기대비 14%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화웨이의 해외 시장 확장이 북미 지역에서 일부 걸림돌을 만났지만 아너(Honor) 모델이 영국과 인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시장 점유율은 12.5%를 차지하며 애플과 격차를 2분기 0.7%포인트에서 3분기 1%포인트로 키울 것으로 관측했다. 애플은 3분기에 4300만대를 생산하며 전분기보다 생산량을 3% 늘리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애플이 가을에 새로운 모델 3가지를 출시하겠지만 새 아이폰 생산이 주로 4분기에 예정돼 있어 3분기 생산량 증가에 이바지하는 부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샤오미(小米)는 전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3150만대를 생산한 데 이어 3분기에 적정가에 고품질 제품을 판매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고수하며 생산량을 전분기보다 17%나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점유율은 10%에 육박하며 4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 삼성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A8. <사진제공=삼성전자>

 

중저가폰 공략


이같은 중국 업체들의 급속한 성장세에 삼성전자가 외신을 통해 중저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할 의사를 내비쳤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밀린 지위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3일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뉴스는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과 인터뷰를 인용해 갤럭시 시리즈의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A에 최신 기술이 탑재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고 사장은 지난 주 C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에 우선적으로 적용해왔던 최신 기술을 앞으로는 갤럭시A 시리즈에 먼저 탑재하는 전략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갤럭시A시리즈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에 비해 스펙은 낮지만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대표적인 삼성전자의 중저가형 제품이다.


고 사장은 “과거에는 새로운 기술과 변화를 전략 스마트폰 제품에 먼저 적용한 뒤 중저가 제품으로 옮겼다”며 “그러나 이런 전략을 바꿨다. 올해부터는 신기술과 변화의 포인트를 중저가 제품에 먼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방침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체에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인 화웨이와의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화웨이의 성장세는 중저가형 제품인 아너(Honor)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다. 아너 시리즈는 전략 스마트폰급의 스펙을 갖추고 있지만 가격대는 30만원우로 ‘가성비’를 갖췄다. 화웨이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가트너는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스마트폰 수요 감소와 중국 제조사와의 경쟁 심화 등 난관에 직면해 있다”면서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 등 신흥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은 ‘가성비’가 뛰어난 중국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에 신기술을 과감히 도입하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전략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해야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전자는 중저가폰 전략 수정과 더불어 타깃 고객도 분명히했다. 고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 정비는 밀레니엄 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 공략에 긍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구매에 부담을 받는 밀레니엄 세대에 중저가폰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장기 관점에서 프리미엄 잠재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차별화된 중저가폰을 늘려 중국, 인도, 중남미, 동남아 등 수요가 높은 신흥시장 공략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새로운 트렌드와 수요를 발굴·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경쟁을 계속하고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와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CNBC 등 외신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저가폰 전략을 수정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수익 경쟁’을 지양하는 한편 중저가폰을 앞세운 ‘수요 경쟁’으로 구도를 재편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중저가 스마트폰 전략 수정에 앞서 연초 삼성전자 모바일 연구개발(R&D) 조직에도 상당 부분 변화를 시도했다”며 오래전부터 전략 변경을 준비했음을 시사했다.


삼성전자가 전략 수정 방침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출시될 갤럭시A 시리즈의 최신 기술 탑재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외신은 갤럭시A 후면에 4개의 카메라가 탑재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중국 IT전문 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삼성전자에 정통한 유명 트위터 ‘아이스 유니버스(@UniverseIce)’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연내 후면 카메라 4대를 장착한 신제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기즈모차이나는 올해 이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와 노트가 출시됐기 때문에 하위 라인업인 갤럭시A에 4대의 후면카메라가 장찰될 것이 유력하다고 추정했다. 앞서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A8은 삼성전자의 다른 전략 스마트폰에 장착된 적이 없는 듀얼 카메라를 장착한 바 있다.

 

▲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샤오미가 중저가폰을 앞세워 인도·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을 공략하면서,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사진출처=화웨이·샤오미 페이스북 캡처>

 

폴더블폰 신기술


이같은 중저가폰과 함께 신기술의 집합체인 폴더블 폰을 11월 중에 공개할 전망이다. 접히는 폴더블 단말은 삼성전자는 물론 경쟁업체인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이 개발중이다. 폴더블 폰은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정체된 가운데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본격적인 폴더블 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폴더블 폰 개발을 거의 마무리 지었다”며 “이제는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고동진 사장은 “모든 기기, 기능, 혁신은 고객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이 사용했을 때 ‘이것이 삼성이 만든 이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사장은 폴더블 폰의 공식 출시 일정과 판매 일자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제품 공개는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삼성 개발자회의에서 공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폴더블 폰은 평소에는 일반 스마트 폰처럼 휴대하다가 태블릿 PC처럼 접히건 펼쳐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단말을 접힐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개발과 양산이 최우선 과제이며,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이 이에 최적화 돼야 한다. 스마트폰 분야의 첨단 기술이라 정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더블 단말은 애플, LG전자, 샤오미, 화웨이 등 각국의 제조업체들이 개발 중이다. 누가 가장 먼저 진정한 의미의 폴더블 단말을 출시하는가도 관건이다.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다시 한 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선두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위아래로 접는 방식의 스마트폰이 나올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폴더블 폰을 펼치면 화면 크기는 7.4인치 정도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와 화웨이는 좌우로 접는 단말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의 경우 오는 11월 폴더블 단말을 내놓으 것이라고 알려졌다. 접었을 때는 바깥면 한쪽이 5인치 안팍, 펼치면 8인치 정도로 예상된다.


단 폴더블 스마트폰은 출고가가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화 성공 여부 또한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제조사들 역시 초반에는 소량만 양산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AS)는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를 2019년 320만대에서 2022년 50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고동진 사장의 ‘11월 폴더블폰 공개 일정’을 부인했다.

 

penfr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