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삼성맨 이재현씨가 말하는 삼성 메모리 20년 세계 1위 비결

‘월화수목금금금’ 빡세게 일하되 삼성전자 특유의 강점도 많았다

러브삼성 | 기사입력 2017/12/22 [11:40]

전직 삼성맨 이재현씨가 말하는 삼성 메모리 20년 세계 1위 비결

‘월화수목금금금’ 빡세게 일하되 삼성전자 특유의 강점도 많았다

러브삼성 | 입력 : 2017/12/22 [11:40]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외경.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1974년 한국반도체에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1974년은 1차 오일 쇼크의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시기로, 반도체 사업에 대한 전망 역시 좋지 않았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삼성은 손목용 반도체 제품 개발과 흑백 TV, 컬러TV용 IC 개발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기술의 기초를 구축했고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삼성은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1992년에는 세계 D램 시장 1위 달성과 함께 기술적으로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 시제품을 개발했다. 1993년 메모리 분야 세계 1위, 1995년 에스램 세계 1위를 달성함으로써 메모리 산업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부상하게 됐다.

메모리는 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 장치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으로 일 반적으로 하이(High), 로(Low)라는 전기적인 성질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1과 0이라는 형태로 보존시켜주는 일종의 기억소자이다. 단독으로는 동작할 수 없어 CPU와 같은 프로세서에 의해 동작하는 수동 소자이다. 삼성 메모리 사업부는 이러한 반도체 메모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사업부다. 제품의 종류로는 읽기와 쓰기의 동작 속도가 D램에 비해서는 느리지만, 전원 공급이 끊기더라도 저장된 데이터를 유지하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오늘날 메모리 시장에서 대표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폰은 물론 TV,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게임기, 셋톱박스 등의 전자기기에도 응용되고 있다.

삼성의 메모리 사업을 시대별로 분류하면 1990년대는 선진업체를 따라잡고 시장 1위를 달성한 점유율의 시대였다. 2000년대는 그 갭을 더욱 벌리기 위해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이끈 차별화 시대 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2010년대는 나노 미세화로 인해 급속도로 증가하는 투자를 억제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율화 시대로 볼 수 있다. 새로운 공정으로 웨이퍼 1만 매를 생산하기 위해 투자되는 비용이 예전에는 수천 억 원 단위이던 것이 1조 원에 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성공 방정식이었던 미세화 공정의 선행개발을 통한 제품 차별화 전략 속도가 둔화하고, 사업성 확보도 더욱 어려워졌다.

지금까지 삼성 메모리 사업부의 업무 형태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이 있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이다. 주말도 없이 혹독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에 메모리 산업에 후발 주자로 참여한 삼성으로서는 스피드가 생명인 메모리 산업에서 살아남고 기존의 선진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모리 산업에서 세계 1위 자리를 20년 이상 지키고 있는 지금은 ‘월화수목금금금’만으로 업무 형태나 그 특징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삼성의 오늘날 위치에 대해 속된 말로 ‘빡세게’ 일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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